너의 공포를 불러내 같이 차를 마셔라

이 말이 좀 마음에 든다. 영화에서는 모든 추상적인 적을 ‘인물’화 시켜서 표현하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나의 공포를 가장 잘 상징하는 인물을 불러내 차를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혹은 박쥐 분장을 한 배트맨처럼 아예 그것을 둘러 갑옷처럼 입는 것은 또 어떨까 상상을 해본다.   lil’ pain

파도

어떤 알 수 없는 답답함에 곧 죽겠다는 느낌을 받았던 일요일, 그간 몇 번을 생각만 하고 해보지 못했던 일, 아무도 없는 곳으로 짐을 싸들고 숨어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그 사이클로부터 어떻게든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 행위의 당위성에 대한 당당함을 확보하지 못해 늘 생각만 하고 말았던.… Read more 파도

모닝 페이지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아침에 일어나 무엇이든 좋으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 문단 적고 치우는 ‘모닝 페이지’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하면 운동 전에 하는 스트레칭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매체에 기록되는 형태의 인터뷰 또는 퍼포먼스를 할 때 초반 5분 정도는 연습 타임으로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같은 맥락이 아닐까. 그래서… Read more 모닝 페이지

이유없이 생긴 알러지반응 같은 걸로 얼굴이 간지러웠고, 주말에 마신 술 탓인지 또 마법처럼 세상이 시시하고 살아 무엇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만날 사람도 없으면서 억지로 기분을 내보려고 쓸데없이 허리에 달라붙는 민소매 검정 원피스를 입고 출근을 하였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뻔하게 흘러가는 참극이다. 삶의 근원적 불안을 알코올이 제공하는 일시적 쾌락으로 무마시키려 하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기분을 뭔가 성적인 것으로… Read more

아침 해가 뜰 때

고백하자면 나는 지난 주말에 술을 마셨다. 그것도 위스키를 마셨고, 내가 산 위스키였다. 그리고 위스키를 마시다 보니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새 위스키를 마시며 “술 끊으니까 진짜 좋더라고…” 같은 소리를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하는 내 자신에게 흠칫 놀라는 순간도 있었지만, 개업하는 가게였기 때문에 뭐든 사야했다는 핑계는 있다. 어쨌든 한 순간 하늘이 밝아오는데, 비까지 오고 말았다.… Read more 아침 해가 뜰 때

달리기

글쓰는 근육은 다리에 붙어있다,는 말을 나는 진지하게 믿고있다.  모소설가는 인터뷰에서 다리를 다쳐서 매일 하던 산책을 못 하게 되자 글쓰는 리듬도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리를 못 쓰지만 훌륭한 글을 쓰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분들도 글을 쓸 때는 뇌 속이 달리기 할 때와 비슷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Read more 달리기

길을 건너야 보이는 것들

늘 다니던 카페에서 타자를 치다가 머리를 식히러 나와 길을 걸었다. 그런데 늘 걷던 쪽 인도에서 건물 하나를 부수고 있었다. 건물 부수는 데를 지나갈 수는 없으니 길을 건넜다. 그래서 나는 자주 걷던 길을 건너편 인도로 걷기 시작했다. 날씨는 서늘했고 갓 비가 그친 후였다. 카페에서는 몇 가지 생각을 했고 그간 써온 시간들과 방향들을 (또!) 수정해야겠다 마음 먹은… Read more 길을 건너야 보이는 것들

민첩성

언제나 그렇듯이 삶의 고통을 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책으로 배워보려는 바보같은 취미생활을 지속하다가 ’emotional agility’ 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내용이야 뭐 천만번째 다이어트책처럼 뻔한 지혜들로 도배되어 있었으니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 그런데 문득 ‘agility’라는 말의 정확한 뜻이 궁금했다. 영문 서적을 읽을 때면 대충의 뜻을 알고 있으면 그냥 넘어가버리지 굳이 찾아보지는 않는데 내가 멋대로 ‘agility’를 ‘유연성’ 정도의 느낌으로… Read more 민첩성

아쉬탕가 요가

어느날 문득 우리 세대의 평균수명이 100세가 넘는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장래계획을 다시 세웠다.  그중 하나가 십 년마다 외국어 하나씩 마스터하기다. 100살까지 살면 십 년마다 외국어를 하나씩만 배워도 6개는 더 배울 수 있다. 맙소사. 원대한 포부가 하나 더 생겼는데, 아쉬탕가 요가를 배우는 것? 아래 영상이 궁극의 목표. 너무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홀린듯 보게된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Read more 아쉬탕가 요가

미래 원시인

  정박사는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드디어 22세기로 갔다. 하지만 오류가 있었는지 구석기 시대로 가고 말았다. 기원전 2만년 정도에 도착한 것이 틀림없었다. 타임머신은 북아메리카로 추정되는 숲 한가운데 떨어졌다. 위쪽 언덕에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잠시후에 머리를 산발한 인류 3명이 동굴 속에서 나왔다. 1명은 남자였고 2명은 여자였는데 그들은 아랫도리에만 낡은 가죽을 걸치고 있었다. 여자들은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낡은… Read more 미래 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