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욕의 효과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첫 번째 원고를 마침내 마무리했던 날 외쳤다고 한다. “Rest in peace, motherfucker.” 여기서 저 머더퍽커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고 싶다. 방송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여러가지 기준의 심의를 받게 마련인데, 19금 딱지가 붙는 순간 성인인증을 하고 로그인을 하거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무한히 짜증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청불이 붙는 순간 극장 관객수는 어마어마하게 깎여나가겠지. 이러한… Read more 쌍욕의 효과

공중 목욕탕의 규칙

얼마 전에 권유로 찜질방이라는 델 갔다. 몇 번을 다시 만나도 적응 안되는 공간이 있으니 그게 바로 락커룸이다. 그 락커룸이라는 경계를 넘으면 사람들이 태평하게 나체로 걸어다닌다. 이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닌가? 길 위에서는 걱정스럽게 쫓아와서는 “저기요, 옷 사이로 속옷이 너무 비치네요, 정말. 너무 비쳐요.” 따위 말을 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아무것도… Read more 공중 목욕탕의 규칙

헴스트링에 쌓인 화를 풀다가

내 헴스트링에는 화가 존나 많아서 잘 안풀리는구나. 라는 크나큰 좌절을 느꼈다. 도대체 한쪽 발을 공중에 들어올리는 동작이 뭐가 그리 힘들단 말이냐. 하지만 내 몸은 벌벌 떨고 있었고 땀은 비오듯 흘러내리고 오른쪽 고관절 안에는 돌멩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답답-한 가동범위의 명백한 한계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때 그 생각을 했다. 시벌 살기 위해서 하는 거다. 내가 오늘 여기서… Read more 헴스트링에 쌓인 화를 풀다가

시야와 용기

바다에서 파도를 마주하고 돌아온 주에, 무엇가가 또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고, 시야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니지, 그냥 시야의 문제일 것이다. 시야가 달라지면 태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제는 반쯤 뻥을 얹어서 시간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고무줄처럼 늘렸다가 줄어들었다가 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시야라는 것도 좁아질 때는 한없이 좁아지고, 특히 고통의 순간에… Read more 시야와 용기

너의 공포를 불러내 같이 차를 마셔라

이 말이 좀 마음에 든다. 영화에서는 모든 추상적인 적을 ‘인물’화 시켜서 표현하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나의 공포를 가장 잘 상징하는 인물을 불러내 차를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혹은 박쥐 분장을 한 배트맨처럼 아예 그것을 둘러 갑옷처럼 입는 것은 또 어떨까 상상을 해본다.   lil’ pain

파도

어떤 알 수 없는 답답함에 곧 죽겠다는 느낌을 받았던 일요일, 그간 몇 번을 생각만 하고 해보지 못했던 일, 아무도 없는 곳으로 짐을 싸들고 숨어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그 사이클로부터 어떻게든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 행위의 당위성에 대한 당당함을 확보하지 못해 늘 생각만 하고 말았던.… Read more 파도

모닝 페이지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아침에 일어나 무엇이든 좋으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 문단 적고 치우는 ‘모닝 페이지’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하면 운동 전에 하는 스트레칭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매체에 기록되는 형태의 인터뷰 또는 퍼포먼스를 할 때 초반 5분 정도는 연습 타임으로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같은 맥락이 아닐까. 그래서… Read more 모닝 페이지

이유없이 생긴 알러지반응 같은 걸로 얼굴이 간지러웠고, 주말에 마신 술 탓인지 또 마법처럼 세상이 시시하고 살아 무엇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만날 사람도 없으면서 억지로 기분을 내보려고 쓸데없이 허리에 달라붙는 민소매 검정 원피스를 입고 출근을 하였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뻔하게 흘러가는 참극이다. 삶의 근원적 불안을 알코올이 제공하는 일시적 쾌락으로 무마시키려 하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기분을 뭔가 성적인 것으로… Read more

아침 해가 뜰 때

고백하자면 나는 지난 주말에 술을 마셨다. 그것도 위스키를 마셨고, 내가 산 위스키였다. 그리고 위스키를 마시다 보니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새 위스키를 마시며 “술 끊으니까 진짜 좋더라고…” 같은 소리를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하는 내 자신에게 흠칫 놀라는 순간도 있었지만, 개업하는 가게였기 때문에 뭐든 사야했다는 핑계는 있다. 어쨌든 한 순간 하늘이 밝아오는데, 비까지 오고 말았다.… Read more 아침 해가 뜰 때

달리기

글쓰는 근육은 다리에 붙어있다,는 말을 나는 진지하게 믿고있다.  모소설가는 인터뷰에서 다리를 다쳐서 매일 하던 산책을 못 하게 되자 글쓰는 리듬도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리를 못 쓰지만 훌륭한 글을 쓰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분들도 글을 쓸 때는 뇌 속이 달리기 할 때와 비슷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Read more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