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라는 그 존재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 내내 게을러서 나가지 못했던 아쉬탕가 요가 수업을 나갔다. 그날 따라 강사는 빈야사와 숨과 흐름 같은 것들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명상 수련처럼 집중하는 게 전부다, 뭐 그런 맥락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그 ‘흐름’이라는 것에 한참 빠져들 무렵, 눈 앞으로 그것이 지나갔다.

그것은 급하지 않게, 여유롭게, 마치 요가 매트들 사이를 설렁설렁 돌며 구경하는 동네 사람처럼 어중간한 고도로 내 눈 앞을 지나 내 몸 뒤로 날아갔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모기들의 1순위 타겟이 되어 항상 먼저 물리는 사람으로서 훈련된 내 눈동자는 요가 동작들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모기의 비행궤적을 확인하고 있었다. 모기는 나의 바로 뒤 벽, 사물함들이 늘어선 벽의 중상 정도의 위치에 앉았다. 그토록 작은 동물이지만 그가 어디 있는지 아는 이상 모기는 커다란 돌멩이만큼 선명하게 잘 보이게 마련이다.

나는 다시 향하던 정면을 바라보고 동작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미 그 벽에 모기가 앉아 있다는 사실은 머리속에 들어와 버렸고, 평소라면 고민없이 할 행동, 즉 일어서서 모기를 죽이고 돌아오는 행동을 놓고 내 마음은 처음으로 갈등에 휩싸였다. 아니 그래도 명색이 아쉬탕가 요가 ‘수련’ 중인데, 그런 산만한 짓거리를 하는 건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 내 자신과의 약속에 위배되지 않는가?

하지만 과연 나는 그 행동을 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묘한 형태로 머리속을 떠다녔다. 어쨌든 나는 외면적으로는 평화롭게 계속해서 동작들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벽을 확인하게 되는 거였다.

모기는 여전히 거기에 앉아 있었다.

될 대로 되라지, 하고 다음 셋트를, 또 다음 셋트를 연달아 했다. 그렇지만 자꾸만 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하는 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돌아보면, 모기는 마치 그 환경의 절대조건이라도 된 듯 그 벽에 그대로 앉아 있는 거다.

저 멀리 딴 세상의 내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쟤가 아직 벽에 있을 때 잡지 않으면, 너는 저 벽에서 모기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더 불안해질 거야. 그럼 그때부터 너의 관심사는 벽에 아직 모기가 있는지가 아니라 혹시 니 몸 주의에 모기가 다가왔는지를 확인하게 될거라고. 이래도 지금 일어나서 모기를 잡지 않겠니?

평소의 나는 모기 문제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지당한 논리, 지금 일어나서 이 방의 사면을 샅샅히 수색해서 모기를 잡고 잠드는 게, 자다가 모기에게 물려 잃는 수면의 질보다 높다는 걸 아는 그 논리가 이상하게 그 순간만큼은 갈등의 대상이 되었다.

내 자신은 그렇다 쳐도, 이 방에 가득한, 숨소리의 리듬에 몸의 리듬을 맞추며 땀흘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일어나 벽을 치는 돌발 행위는 굉장한 방해가 아닌가.

몇 세트가 더 지나고도 모기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때 나는 항복하고 일어서서 조용히 부드럽게 그 모기를 눌러 죽이고 손을 털고 요가매트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마음에 평화가 돌아왔다.

하지만 수없이 고개를 돌려 모기의 존재를 확인하던 그 시간의 괴이하리마치 차분한 질감은 정말 이상했다. 벽에 앉아 있던 모기의 디테일이 한 없이 선명했던 것도 이상하고. 생각해보면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괴상한 거리감을 지니고 모기를 쳐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모기라는 존재를 마주하는 순간은 몇 백 번을 겪었어도 즉각적인 긴장과 살기와 혐오로 채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이래저래 독특했다.

한 인지심리학자의 책에서, 정말 빡센 명상 수련을 하는 도중에는 모기가 자기 팔에 와서 앉고, 발을 대고 빨대를 피부 안으로 밀어넣고 피를 빨아먹는 장면을 마치 자연 다큐라도 보듯 순수한 호기심의 상태로 보고 앉아 있었던 경험을 얘기했는데 비록 그만큼 하드코어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맥락의 체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모기는 정말로 성가신 존재다.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존재로서, 짜증으로 정신을 파괴하는 존재로서의 그 상징성은 확고해서 성경과 코란에서 모두 신의 시험대 혹은 형벌로서 그 비유가 나올 정도라고 친구가 그랬다. (나는 그게 어느 구절에 있는지 모른다)

일본의 선가 쪽의 유명한 비유 중에는 명상 중이던 사무라이(?)가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집중을 못하자 칼로 모기를 베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가 칼을 휘둘러 모기를 벨 때마다 모기는 죽는 게 아니라 분열을 해서 두 배로 늘어나더라는 이야기였다. 하나를 자르면 둘이 되고, 또 하나를 자르면 둘이 되어, 모기를 자르려 하면 자르려 할 수록 점점 더 늘어다더라는 이야기.

죽음이나 실패, 찌질함 등 성가신 생각들도 결국 모기 같을지 모르겠다. 물리기 전엔 신경쓰이고, 물리고 나면 긁고 싶고, 밤에 잠을 못 자게 하는 그런 생각들. 모기들과 함께 잘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정말로 강한 정신을 지닌 것이겠지.

생각컨데, 정신 수행의 거장이 될 생각이 없는 이상, 모기들은 무조건 발견 즉시 죽여서 없애는 게 현명하다.

다음에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주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치고 돌아오겠다 다짐한다.

 

lil’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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