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뜰 때

고백하자면 나는 지난 주말에 술을 마셨다.

그것도 위스키를 마셨고, 내가 산 위스키였다. 그리고 위스키를 마시다 보니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새 위스키를 마시며 “술 끊으니까 진짜 좋더라고…” 같은 소리를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하는 내 자신에게 흠칫 놀라는 순간도 있었지만, 개업하는 가게였기 때문에 뭐든 사야했다는 핑계는 있다. 어쨌든 한 순간 하늘이 밝아오는데, 비까지 오고 말았다. 그래서 어린애들처럼 겉옷을 벗어 머리 위로 뒤집어 쓰고선 동이 터오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어졌다.

뼛속까지 다른 인물들이 모여서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볼 사람, 혹은 내가 바라보는 곳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을 찾으며 아침해를 보고야 마는 뻔함을 이제는 좀 귀엽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많은 관심으로 가까워져서 알게 되는 거라곤 얼마나 서로 다른지 뿐이라는 것. 그런데 또 결국 그게 활력이 된다는 점.

‘당신이 좀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도발하듯 그렇게 말했다. 오만가지 욕을 하고 싶었지만 또 그게 무슨 소린지 알겠어서 관뒀다. 그래 너야 내가 마음대로 살면 재미있겠지.

마음대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더 이상 남을 다치게 하지 말자라는 이상한 지침을 세웠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자 무슨 기적처럼 남이 아닌 내가 다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남도, 나도 다치지 않게 하려면 그냥 무덤을 파고 바로 관으로 기어들어가야 된다는 걸 알았다. 혹은 무한한 무욕의 세계로 진입하거나.

무욕의 세계. 난 그게 좀 궁금하다. 욕망이 없는 세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 살 수 있는 세계. 혹은 숨을 쉬고 사고없이 하루하루 먹고 자는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세계.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해서 그 사람을 위해 살 수 있는 세계.

그 술자리의 한 인간은 십 년도 넘게 한 여자만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다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이 팔십프로 정도 진심임을 나는 알고 있다. (이십프로 정도는 컨셉 잡는 것일 가능성 있음) 그 여자는 딴 남자도, 딴 여자도 만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또 멀리 떠나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마음이 궁금했다. 왜?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고 떳떳하게 한 사람만을 욕망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에게는 일종의 종교 같은 것일까? 혹은 추상적인 이상향일까? 혹은 정말로 주체할 수 없는 무한한 호감일까?

무한한 호감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아이를 갖고 싶은 본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만약에 정말로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인간이 존재하지 싶을 정도로 주체하지 못할 호감의 대상이 있다면 그 사람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갖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내 파트너도 그 정도로 사랑해본 적은 없어서 내가 그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어. 어쩌면 사랑이란 그런 걸까?

모두가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테이블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집에서 잠을 깼을 때는 세 돌이 갓 지난 내 아기가 동그란 눈을 하고 내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내가 눈을 뜨고 웃자, 그 녀석도 웃었다. 행복했다. 화학적으로든 뭐든. 그냥 어쩔 수 없이 번지는 미소와 주체 못할 기쁨이 온 몸을 사로잡았고 나는 그저 그 아이의 몸을 내 가까이 안고 있고 싶을 뿐이었다. 아, 어떡하지. 너무 귀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그리고 알았다. 이건 확실히 사랑이구나. 이렇게 어쩔 수 없는 기분. 이것이 영속적인 것은 아닐지언정, 이게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임은 확실해.

다른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몰입의 순간.

이것도 언젠간 지나가고 말겠지.

 

lil’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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