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글쓰는 근육은 다리에 붙어있다,는 말을 나는 진지하게 믿고있다.  모소설가는 인터뷰에서 다리를 다쳐서 매일 하던 산책을 못 하게 되자 글쓰는 리듬도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리를 못 쓰지만 훌륭한 글을 쓰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분들도 글을 쓸 때는 뇌 속이 달리기 할 때와 비슷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뇌 속으로 하는 달리기이고, 둘은 같은 근육을 쓴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일종의 글쓰는 비법이자 아는 사람들만 아는 업계비밀이다. 하루키의 작법서만 봐도 달리기에 대한 얘기가 반이다. 맨 처음 하루키의 작법서를 읽었을때는 글쓰기의 비밀은 안 알려주고 달리기 얘기만 써있어서 화가 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솔직함이 고맙고, 달리기에 대한 얘기가 단 한 줄도 없는 작법서는 믿지 않게 되었다. 작가가 인터뷰하는데 몸의 형태가 러너의 그것이라면 이상하게 신뢰가 간다. 일단 믿고 그 작가의 책을 산다. 사람들이 어떤 작가의 책을 좋아햐나고 물을 때마다 “달리기에 적합한 근육을 가진 작가의 책을 좋아합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것을 매번 꾹꾹 참는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내 몸은 러너의 근육과는 관계가 멀고, 그래서 아마 글을 못 쓰나 보다.

그러면 글을 쓰려는 모든 사람이 달리기를 해야하냐고 묻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몸의 변화를 겪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상적인 패턴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기로 선택하는 거니까. 사람이 한번은 변해야한다. 하지만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하려면 몸이 바뀌어야 한다. 몸은 바꾸는 방법은 다섯 가지 정도 있는데, 사는 공간을 바꾸거나, 결혼을 하거나, 애를 낳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면 된다. 이 다섯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사람도 있긴하지만, 다들 쉽지 않아보이고 그나마 달리기가 쉬워보인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배울 수가 있을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달리기일 것이다. 계주 선수라면 모르지만, 달리기 학과가 흔한 것 같지는 않다. 걷기 학과가 없는 것처럼. 달리기의 비법은 그냥 달리면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알 것이다. 나는 몇 년동안 헬쓰장을 한 달 끊고 두어 번만 가는 것을 여러번 반복했었다. 맨 처음엔 만만한 러닝머신부터 시작하는데 5분 만에 단념을 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달리기 귀인’을 만나 달리는 법을 전수 받았다. 일생의 행운을 그때 다 쓴 것 같다. 그 분이 알려주신 달리기의 비법은 이렇다. 일단 자신의 호흡을 찾아야 한다. 달리다 보면 발을 내딛는 리듬과 호흡의 리듬이 규칙적으로 딱 맞는 순간이 있다. 그게 나만의 달리기 리듬이자 호흡이고, 그걸 유지하며 1킬로를 달릴 수 있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1킬로씩 연장하며 끝없이 달릴 수 있게 된다. 아마 글쓰기의 비법도 비슷할 것이다. 나만의 리듬을 찾아서 1000자를 쓸 수 있게 되면 1000자씩 더하며 끝없이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싶다. 나는 아직 나만의 리듬을 찾고있다…

 

2 thoughts on “달리기

    1. “헴스트링에 쌓인 화를 풀어라”라니 신박한 표현이군요. 다음주부터는 다시 햄스트링에 쌓인 화를 풀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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