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원시인

 

정박사는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드디어 22세기로 갔다. 하지만 오류가 있었는지 구석기 시대로 가고 말았다. 기원전 2만년 정도에 도착한 것이 틀림없었다. 타임머신은 북아메리카로 추정되는 숲 한가운데 떨어졌다. 위쪽 언덕에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잠시후에 머리를 산발한 인류 3명이 동굴 속에서 나왔다. 1명은 남자였고 2명은 여자였는데 그들은 아랫도리에만 낡은 가죽을 걸치고 있었다. 여자들은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낡은 가죽은 작아서 성기가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정박사는 몸을 낮춰서 덤불 속에 숨은 채로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은 흩어져서 과일을 따고 토끼를 사냥하더니 다시 만나서 동굴로 들어갔다. 언어도 없었다. 짐승처럼 이상한 소리로 서로 소통하는 듯 했다. 정박사는 동굴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3명이 뒤엉켜서 섹스를 하고 있었다.

“역시 일부일처제는 환상이었군. 이것봐 예전에는 그런 구분 없이 다같이 즐겼잖아.” 정박사는 혼잣말을 했다.

그러나 짐승처럼 포효하며 뒤엉켜있던 3명이 몸을 털고 일어났다. 그중 삭발한 여자가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시작했다.

“타임머신법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타임머신 3조 1원칙에 따르면 방문시에 말을 해서 방해를 하면 벌금 950억불입니다.”

정박사는 당황해서 할 말이 잃었다. 삭발한 여자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아, 당신은 타임머신법이 생기기 전인 21세기에서 왔군요.”

“혹시 지금이 몇 년 입니까?”

“2204년이죠”

“아니 근데 왜 이렇게 퇴보해버렸소”

긴 머리 남자가 말을 시작했다.

“그 옛날 21세기 사람들은 보이는 것밖에 못 믿었지요. 지금시대의 문명은 고도로 추상화되어 존재합니다. 21세기 사이버세계를 상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까요? 그곳에서 우린 당신은 짐작도 못할 아름다운 세계를 조직해내고 있지만, 생활은 좀 더 소박해졌죠. 지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생활방식을 바꾸는 게 요즘 유행이라서요. 먼저 패션이 바뀌었고 음식도 이렇게 신선하게 최소한의 것들만 섭취합니다. 사냥은 호르몬수치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합니다. 제 정신과 의사의 권고라서요. 서로 뇌파로 교신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언어도 버렸습니다.”

정박사는 말을 끊고 물었다.

“언어를 버렸다면서 어떻게 우리가 지금 대화하고 있나요?”

“시리가 대신 말을 하고 있어요. 번역해서요. 당신은 한국어라는 것을 쓰고 있네요.” 삭발한 여자가 말했다. 긴 머리 남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살기로 결심하자 전세계 동물 집단들이 축하 메세지를 보내오기 시작했어요. 말도 못하고 미개하다고 착각해왔던 동물들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고도로 추상된 세계를 이룩하고 살았던거죠. 그들은 우리 멍청한 인간이 언제쯤 생각을 고쳐먹을까 몇 만년동안 기다리고 지켜보고 있었다고합니다. 물론 제일 화가 났을땐 다섯번째로 핵폭탄을 터트렸을때지요. 지금 문명에도 여전히 전쟁은 있지요. 그건 인간이란 종족이 사라지기 전엔 결코 없어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추상화된 형태의 전쟁입니다. 그 전쟁은 여전히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고 추상적으로 인간들을 집단몰살하지만 이 지구엔 절대로 해를 끼치진 않아요. 지구 위 다른동식물들에 대한 예의 때문이죠.”

“인류 수가 많이 줄었군요.”

“인간들끼리만 살고싶다고 생각한 한 무리의 인간들은 다른 은하계로 이동했어요.”

“그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걸 알려고 타임머신을 만들었습니다.” 정박사가 외쳤다.

“그건 모듈방정식을 이용한건데, 21세기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당신이 이 별을 보고 있다가 저 별을 본다고 생각해봐요. 시선이 옮겨지는데 3초쯤 걸리겠지요? 의식이 옮겨지는데도 3초쯤 걸리지요. 그게 별 간의 이동 시간입니다. 우주여행은 그렇게 하는겁니다. 이렇게 생활이 간소해졌기 때문에 공기가 없는 그곳에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합니다. 왜냐면 실제 세계는 알다시피 추상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게 당신들이 나아갈 방향입니다.”

정박사는 고마운 마음에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덥석 잡으려고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홀로그램이었다.

 

 

 

-Syncout D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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