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닫는 훈련

뇌에는 타입이 있다고 한다. 음주를 끊으려고 Daniel Amen 선생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대충 살펴봤는데 내 뇌는 대략적으로 액티비티 과잉 타입이긴 한 것 같다. 그래서 그 과잉으로 인한 불안감을 당장 잠재우려고 뭘 계속 하는 경향, 이를테면 안절부절 못하다가 맥주 한 캔을 까고야 마는 그 경향이 있다.

이게 창작의 측면에서는 좋은 걸 수도 있는데 비교적 단기적인 단위의 일에나 적용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단위의 일을 잘 하는 식으로 인생을 설계해도 좋으련만 그런 일들은 쾌감의 크기도 작아서 또 금새 재미없어서 안절부절 못해진다.

돈 버는 쾌감을 위주로 인생을 짰다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을 한다. 적어도 돈 하나는 단순명쾌하고 사회적으로도 격려 받고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든다. 몇몇 진짜 돈 많이 버는 애들 보면 이런 게 투명하다. 그런 애들 보면 돈을 무슨 수단이나 그런 걸로 본다기보단 그냥 정말 내가 잘하는 것을 확인받는 성적표 같은 걸로 생각하고 또 몰입해 있어서 오히려 일반 회사 다니고 그런 애들보다 훨씬 ‘이쪽’ 마인드에 가깝게 느껴진다.

(여기서 이쪽이라 함은 재미와 의미를 파고드는 이들의 계, 즉, 반백수계 정도로 이해해주면 될 것 같다.)

그렇다. 내 뇌는 항상 자극을 추구해 왔다. 어지간한 도전에는 만족을 못했다. 그래서 정말로 도전이 될 만하고 또 그만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을 과감히 팠다. 그랬더니 반백수가 되었다.

아, 삶의 고통이여.

아무튼 아멘 선생이 시키는 대로 L-테아닌과 가바 같은 보충제들을 적당히 먹어가며 습관성 음주를 인생에서 떠나보냈다. 그러고 나니 다시 과잉 에너지가 넘쳐난다. 일을 다시 시작하는데, 한 프로젝트 안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가능성을 닫는’ 선택들이라는 걸 알겠다. 쉽게 말해 x 산만하다는 거.

사실 대부분의 분야에서 가능성에 대한 개방성이 가장 확보하기 어려운 덕목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생산성의 가장 큰 문제는 초반에 그 개방성을 가지고 참신하고 과감한 아이디어를 정립함과 동시에 단계별로 빨리빨리 방향성을 확정하는 진행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어느 단계 이상을 넘어가면 빨리 가능성을 닫아 줘야 갈 길에 집중을 할 수가 있다.

그 부분이 딱 젬병이다. 그걸 잘해야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건데 왜 이렇게 힘들까. 이래도 진짜 재미있을 것 같고 이래도 진짜 재미있을 것 같을 때 어떻게 결정을 하느냐의 문제. 지나고 보면 반드시 바른 방향은 있게 마련인데 그 길에 좀 더 효율적으로 빨리 접어드는 기술적 솔루션은 없을까?

오늘 친구랑 잠깐 한 이야기. 이 욕망을 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걸 다 즐기고 이룰 시간이 정말 없다는 게 점점 와닿으니 진짜 모르겠다. 하다못해 듣고 싶은 음악 읽고 싶은 책도 쓰고 싶은 글도 너무 많은데 그걸 다 할 시간이 없는 게 너무 뻔하다. 그런데 나중에 죽기까지 하라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

 

lil’ pain

 

One thought on “가능성을 닫는 훈련

  1. – 가능성을 닫아주고 고액의 보수를 받는 전문가 집단이 존재하는 이유겠지요.

    – 그래도 하고 싶은게 아주 많다는 것은 아주 축복받은 일.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