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낭비 욕구를 발산하는 방편으로 행하는 나만의 의식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다이소에서 만 원 쓰기.

요즘은 다이소가 초심을 잃고 은근슬쩍 오천 원짜리까지 진열해 놓고 있지만 내 원칙은 천 원짜리 열 개를 딱 떨어지게 사는 것이다. 또한 한 번 방문한 곳은 다시 가지 않는다. 지점마다 규모도 천차만별이고 물건 종류도 미묘하게 다르다. 아주 작은 ‘구멍 다이소’라도 다른 데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아이템은 꼭 있다. 상품의 큐레이션이나 점포 꾸밈새에 묻어나는 지역색을 음미하는 즐거움도 크기 때문에 꽤 멀리까지 원정을 가기도 한다.

금주 나의 엄정한 심사를 거친 쇼핑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복어 모양 간장 종지, 곰돌이 입체 생일 카드, 민트색 플러스펜, 진주알 마스크팩, 짱짱한 심리스 머리 고무줄(5개입), 프로방스풍 미니 바구니, 조립식 모형 비행기, 카모마일 씨앗, 발꿈치 미는 돌, 마카롱 이어폰 파우치.

사 온 물건들은 집 안에 아무 데나 부려 놓는다. 식구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쓰기도 하고, 작은 짐승들이 물어 가기도 한다. 상관없다. ‘다이소 만수르’는 관대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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