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나쁜 이유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의 주인공은 간이 안 좋아서 자신의 성격이 나쁘다고 주장한다. 지인 중 하나는 성격 문제는 부정교합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단정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진실을 안다. 모든 문제는 고관절로부터 시작된다. 고관절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으면 부정교합이 발생하고 턱문제가 발생하며 뒷목이 결리고, 손목에 힘이 빠지고 허리가 굽고 허벅지가 두꺼워지고, 무릎은 시리고, 발목은 접질러진다. 그… Read more 성격이 나쁜 이유

여름은 쉬라고 있는 계절

매일 새벽이나 아침에 폭염주의 재난 경보 알림을 받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 요란한 소리가 얄밉기도 하지만 티비에서 라이브로 후쿠시마 쓰나미를 본 사람으로서는 재난 경보라면 그 정도는 울려야지, 생각한다. agility 와 비슷한 의미로 얼마전에 부딪힌 단어가 resilience 였다. 탄력성, 회복성이라는 뜻인데 저 두 가지가 인생을 버팀에서 있어서 strength 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무한한 힘을 동경하는 요즘 같은 시즌에… Read more 여름은 쉬라고 있는 계절

쌍욕의 효과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첫 번째 원고를 마침내 마무리했던 날 외쳤다고 한다. “Rest in peace, motherfucker.” 여기서 저 머더퍽커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고 싶다. 방송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여러가지 기준의 심의를 받게 마련인데, 19금 딱지가 붙는 순간 성인인증을 하고 로그인을 하거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무한히 짜증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청불이 붙는 순간 극장 관객수는 어마어마하게 깎여나가겠지. 이러한… Read more 쌍욕의 효과

헴스트링에 쌓인 화를 풀다가

내 헴스트링에는 화가 존나 많아서 잘 안풀리는구나. 라는 크나큰 좌절을 느꼈다. 도대체 한쪽 발을 공중에 들어올리는 동작이 뭐가 그리 힘들단 말이냐. 하지만 내 몸은 벌벌 떨고 있었고 땀은 비오듯 흘러내리고 오른쪽 고관절 안에는 돌멩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답답-한 가동범위의 명백한 한계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때 그 생각을 했다. 시벌 살기 위해서 하는 거다. 내가 오늘 여기서… Read more 헴스트링에 쌓인 화를 풀다가

시야와 용기

바다에서 파도를 마주하고 돌아온 주에, 무엇가가 또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고, 시야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니지, 그냥 시야의 문제일 것이다. 시야가 달라지면 태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제는 반쯤 뻥을 얹어서 시간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고무줄처럼 늘렸다가 줄어들었다가 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시야라는 것도 좁아질 때는 한없이 좁아지고, 특히 고통의 순간에… Read more 시야와 용기

너의 공포를 불러내 같이 차를 마셔라

이 말이 좀 마음에 든다. 영화에서는 모든 추상적인 적을 ‘인물’화 시켜서 표현하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나의 공포를 가장 잘 상징하는 인물을 불러내 차를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혹은 박쥐 분장을 한 배트맨처럼 아예 그것을 둘러 갑옷처럼 입는 것은 또 어떨까 상상을 해본다.   lil’ pain

모닝 페이지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아침에 일어나 무엇이든 좋으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 문단 적고 치우는 ‘모닝 페이지’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하면 운동 전에 하는 스트레칭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매체에 기록되는 형태의 인터뷰 또는 퍼포먼스를 할 때 초반 5분 정도는 연습 타임으로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같은 맥락이 아닐까. 그래서… Read more 모닝 페이지

이유없이 생긴 알러지반응 같은 걸로 얼굴이 간지러웠고, 주말에 마신 술 탓인지 또 마법처럼 세상이 시시하고 살아 무엇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만날 사람도 없으면서 억지로 기분을 내보려고 쓸데없이 허리에 달라붙는 민소매 검정 원피스를 입고 출근을 하였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뻔하게 흘러가는 참극이다. 삶의 근원적 불안을 알코올이 제공하는 일시적 쾌락으로 무마시키려 하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기분을 뭔가 성적인 것으로… Read more

길을 건너야 보이는 것들

늘 다니던 카페에서 타자를 치다가 머리를 식히러 나와 길을 걸었다. 그런데 늘 걷던 쪽 인도에서 건물 하나를 부수고 있었다. 건물 부수는 데를 지나갈 수는 없으니 길을 건넜다. 그래서 나는 자주 걷던 길을 건너편 인도로 걷기 시작했다. 날씨는 서늘했고 갓 비가 그친 후였다. 카페에서는 몇 가지 생각을 했고 그간 써온 시간들과 방향들을 (또!) 수정해야겠다 마음 먹은… Read more 길을 건너야 보이는 것들

민첩성

언제나 그렇듯이 삶의 고통을 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책으로 배워보려는 바보같은 취미생활을 지속하다가 ’emotional agility’ 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내용이야 뭐 천만번째 다이어트책처럼 뻔한 지혜들로 도배되어 있었으니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 그런데 문득 ‘agility’라는 말의 정확한 뜻이 궁금했다. 영문 서적을 읽을 때면 대충의 뜻을 알고 있으면 그냥 넘어가버리지 굳이 찾아보지는 않는데 내가 멋대로 ‘agility’를 ‘유연성’ 정도의 느낌으로… Read more 민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