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여전히 호기심이 가는 일이 있다는 것,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재미가 있는 거겠지. 반면, 지루한 것들, 뻔한 것들, 아무런 용기도 목적도 없이 오직 두려움과 눈치로만 움직이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아직 그려지지 않은 그림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매일매일 그런 벽을 마주하면서도 찾는 가치들을 믿고 놓지… Read more 호기심

프라이드의 원천

그 어느 때보다 같은 인간으로서 갖는 유사함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인간성에 대한 옹호가 ‘철’이 지난 건 아닐까 같은 생각들도 종종 한다. 때때로 경멸에 찬 지성인들이 새 시대의 무지함을 벌레보듯 깔보는, 오만이 넘치는 프라이드가 느껴질 땐 나도 모르게 몸서리친다. 그들이 갖는 자기 확신은 객관화가 결여된 자기 확신이다. 뭔가를 깔보려면 확실한 우위가 있어야… Read more 프라이드의 원천

모기라는 그 존재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 내내 게을러서 나가지 못했던 아쉬탕가 요가 수업을 나갔다. 그날 따라 강사는 빈야사와 숨과 흐름 같은 것들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명상 수련처럼 집중하는 게 전부다, 뭐 그런 맥락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그 ‘흐름’이라는 것에 한참 빠져들 무렵, 눈 앞으로 그것이 지나갔다. 그것은 급하지 않게, 여유롭게, 마치 요가 매트들 사이를… Read more 모기라는 그 존재

선비의 시대는 가고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는 욕 중 ‘선비질’ 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에 상응하는 반개념은 많이들 쓰는 ‘xx충’ 같은 말들이다. 여러 차원에서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놀랍다. 최근에 다른 나라에 온전하게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외국 친구들이나 외국 사이트들에서 느껴지는 바로는 이 부문 하나에서만큼은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느낌으로 엣지를 먼저 보여준다는 인상이다. 페이스북이나 레딧 같은 것들이… Read more 선비의 시대는 가고

뒷방과 쾌락 그리고 부상

십일 남짓한 여름 휴가를 보냈다. 물론 휴가라는 말은 좀 무색할 수 있다. 실상은 ‘모두가 휴가를 갔기에 일상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주간’이다. 정확히 일 년 전 이 주간이 끝나던 무렵에 온 하늘이 깜깜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내 자신에게 후하게 일 년이라는 시간을 주기로 결심했었고, 마침내 그 때 설정했던 데드라인이 이렇게 돌아왔다. 좀 웃기는… Read more 뒷방과 쾌락 그리고 부상

계절과 순환

해마다 유난히 올해는 더운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후덥지근한 사우나 같은 공기를 뚫고 냉방병으로 인한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길을 걸었다. 이런 의문에 누군가는 94년의 기록적인 폭염 이후로 가장 더운 해가 올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94년이 갑자기 기억이 났다. 그 해 더웠다. 그 해는 어떤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페트병에 담긴 멸치액젓을 결명자차로… Read more 계절과 순환

성격이 나쁜 이유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의 주인공은 간이 안 좋아서 자신의 성격이 나쁘다고 주장한다. 지인 중 하나는 성격 문제는 부정교합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단정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진실을 안다. 모든 문제는 고관절로부터 시작된다. 고관절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으면 부정교합이 발생하고 턱문제가 발생하며 뒷목이 결리고, 손목에 힘이 빠지고 허리가 굽고 허벅지가 두꺼워지고, 무릎은 시리고, 발목은 접질러진다. 그… Read more 성격이 나쁜 이유

여름은 쉬라고 있는 계절

매일 새벽이나 아침에 폭염주의 재난 경보 알림을 받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 요란한 소리가 얄밉기도 하지만 티비에서 라이브로 후쿠시마 쓰나미를 본 사람으로서는 재난 경보라면 그 정도는 울려야지, 생각한다. agility 와 비슷한 의미로 얼마전에 부딪힌 단어가 resilience 였다. 탄력성, 회복성이라는 뜻인데 저 두 가지가 인생을 버팀에서 있어서 strength 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무한한 힘을 동경하는 요즘 같은 시즌에… Read more 여름은 쉬라고 있는 계절

쌍욕의 효과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첫 번째 원고를 마침내 마무리했던 날 외쳤다고 한다. “Rest in peace, motherfucker.” 여기서 저 머더퍽커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고 싶다. 방송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여러가지 기준의 심의를 받게 마련인데, 19금 딱지가 붙는 순간 성인인증을 하고 로그인을 하거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무한히 짜증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청불이 붙는 순간 극장 관객수는 어마어마하게 깎여나가겠지. 이러한… Read more 쌍욕의 효과

헴스트링에 쌓인 화를 풀다가

내 헴스트링에는 화가 존나 많아서 잘 안풀리는구나. 라는 크나큰 좌절을 느꼈다. 도대체 한쪽 발을 공중에 들어올리는 동작이 뭐가 그리 힘들단 말이냐. 하지만 내 몸은 벌벌 떨고 있었고 땀은 비오듯 흘러내리고 오른쪽 고관절 안에는 돌멩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답답-한 가동범위의 명백한 한계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때 그 생각을 했다. 시벌 살기 위해서 하는 거다. 내가 오늘 여기서… Read more 헴스트링에 쌓인 화를 풀다가